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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향포럼]반 파레이스 "기본소득은 양극화, 일자리 감소의 대안이자 탄탄한 지지대"
이름   경향포럼    |    작성일   2018-06-19 16:43:34    |    조회수   217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경향포럼 Beyond $30000 더 나은 미래, 불평등을 넘어’에서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학교 교수가 ‘기본소득,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기본소득은 모든 이에게 어떤 사회적 활동도 선택할 수 있는 탄탄한 지지대가 될 것이다. 특히 기본소득은 양극화가 진행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미래사회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 경향포럼에 참석한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67)는 기본소득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급진적인 아이디어”라고 인정하면서도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반 파레이스는 기본소득의 강점에 대해 “조건부로 혜택을 주는 기존의 복지제도와 달리 기본소득 제도에서는 무조건 혜택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노동과 교육, 자원봉사, 가정에서의 돌봄 노동 등 어떤 사회적 활동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며 사람들이 노동과 교육 사이를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벨기에 브뤼셀 출신의 정치철학자인 반 파레이스는 기본소득 개념의 주창자이자 핵심 이론가이다. 그는 시민 누구에게나 재산, 직업, 나이, 등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해왔다. 1986년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그는 루뱅대에서 경제학, 사회정치과학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반 파레이스는 기본소득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지식인으로 주요 저서로 <기본소득: 자유로운 사회와 건전한 경제를 위한 제안> <모두를 위한 실질적 자유> 등이 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오늘 꼭 말하고 싶은 것, 특히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정치적 타당성, 실현 가능성에 너무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 파레이스는 “너무 현실에 안주하는 것 아닌가를 경계해야 한다”며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실현하려면 지금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반 파레이스는 기본소득 제도의 실현가능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기본소득 제도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 되는 내용도 제시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한 막대한 예산을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겨냥해 그는 “연금, 실업수당 등 기존 보장제도 가운데 기본소득보다 혜택이 적은 경우는 폐기하고, 액수가 더 많은 경우는 기본소득 수준으로 낮추면 사회가 기본소득을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 파레이스는 또 “조세제도 개혁도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을 포기하는 대가로 기본소득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기본소득은 소득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반 파레이스는 핀란드에서 진행 중인 기본소득 실험이 중단됐다는 일부 보도에는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핀란드 정부는 2년 동안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올해 연말까지 실험은 계속될 것”이라며 “연구진에 따르면 연구 결과는 내년 중반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파레이스는 사회부조, 사회보험처럼 이미 많은 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에 대해 ‘빈곤의 함정’, ‘불확실성의 함정’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상당수 복지 프로그램에서는 한푼이라도 돈을 벌면 수급자격을 박탈하는 경우 많았는데 이것이 사람들을 빈곤의 함정에 빠지게 하는 특징이었다”고 말했다.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일자리를 포기하게 만들면서 빈곤층이 소득을 늘리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불확실성의 함정도 있다”며 “예를 들어 복지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는 직장이 있어도 그 일자리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업을 가지지 않고 복지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 파레이스는 “이와는 반대로 여러 직업에서 임금을 받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복지프로그램의 혜택과도 결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 제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핀란드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험에 대해서는 “기간이 한정적이고, 노동자와 재원에 기여하는 이들이 포함되지 않았고,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본소득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 파레이스는 마지막으로 “충분한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을 경우 나 같은 교수들보다 청소하는 이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세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그 단계에 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방향성을 올바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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