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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향포럼]노벨 경제학상 조지프 스티글리츠 “낙수효과 강조한 미국식 모델은 실패했다”
이름   경향포럼    |    작성일   2018-06-19 22:25:36    |    조회수   590

ㆍ기조 강연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75·사진)는 19일 “불편한 진실은 (낙수효과를 강조해 불평등이 확대된) 미국식 모델이 실패했다는 것”이라며 “1~2년간 실패한 것이 아니라 (1980년 레이건 행정부 이후) 약 40년간 해온 거대한 실험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한 미국, 성공한 북유럽을 한국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BEYOND $30000 - 더 나은 미래, 불평등을 넘어’를 주제로 열린 ‘2018 경향포럼’ 기조강연에서 “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시대로 접어들지만 이런 혜택을 사회 모두가 누리지 못하는 것은 낙수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를 접으라고 밝힌 그는 “아래에서 경제기반을 탄탄히 닦아야 한다. 특히 중산층이 탄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스티글리츠 교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시민사회와도 협력해 정부와 지역사회, 시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이것이 성공하려면 부가 재분배되어야 하는데,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인 입장에서 보면 현재 미국 정부는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파이를 키우기보다 파이 내에서 자기 몫을 더 가져가는 데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시장의 룰’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가 현행 룰을 만들었다고 분석한 그는 “세계화와 노동규제 완화로 경제구조가 변했고, 금융산업 비중이 증가했는데 그 결과 시장소득의 불평등이 심해졌고 경제성장이 둔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시장은 진공상태가 아니어서 잘못된 구조화를 거치면 실패하게 된다”고 경고하며 “게임의 규칙과 관련해 많은 싸움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유례없는 부도덕을 금융 부문에서 보고 있다. 하위계층에 대한 사기와 이들의 희생이 점차 관행처럼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소득불평등이 확대되는 현재의 성장은 타인 착취를 기반으로 한 성장, 즉 ‘지대추구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너무 강하고, 노동자의 시장지배력이 너무 약해져 착취가 발생하며,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총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불평등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며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하위계층의 소비가 줄어들고 그러면 총수요가 또 줄어든다”고 말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19일 열린 2018 경향포럼의 휴식시간에 한국 학생 및 포럼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해주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스티글리츠 교수는 대안으로 창의적인 학습사회(러닝 소사이어티)를 제안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생산성 향상”이라며 “지식사회를 만들면 그간 전 세계가 겪어왔던 경제정책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실질적인 임금과 기대수명이 180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지금 미국에서는 기대수명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보면서 뭔가 상황이 잘못됐구나 느낄 수 있었다”며 “과거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좋은 사회조직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불평등은 민주주의를 파괴
‘돈의 힘’ 커진 미국 정치
‘1인 1표’ 아닌 ‘1달러 1표’


시장에 과도한 의존 말고
정부의 적절한 개입으로
아래부터 경제기반 다져야


스티글리츠 교수는 좋은 사회조직의 예로 교통신호기를 들었다. 교통신호기는 누가 먼저 길을 건너야 하고, 정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규제’라는 것이다. 그는 “교통신호기 사례는 시장에는 한계가 내재돼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시장 내에서는 개인과 사회적 이해가 종종 일치되지 않는데, 오염 문제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며 “공공재와 기술연구, 공공부문의 지원이 있어야 하며, 시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성장과 불평등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평등을 원하면 경제성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과세를 하면 경제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지금 근거로 보면 불평등이 지나치게 심하면 경제가 약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인적 자원의 낭비가 나타나는 현상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도 충고했다. 그는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가 분열되고 민주주의가 약화된다”며 “경제권력은 정치권력의 부상을 낳게 되고 부유한 사람에게 유리한 경제규칙 재설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정치에서 돈의 힘이 너무 커지고 있어 ‘1인 1표제’에서 ‘1달러 1표제’로 바뀌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람들이 규칙을 장악하고, 정치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든 노력하면 하위층에서 상위층으로 갈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은 이제 신화가 됐다”며 “태어날 때부터 부모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면 모든 기회를 잃게 됐는데 미국식 경제제도는 그래서 실패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세정책으로 평등 추구한
북유럽 모델을 대안으로


미국의 대안으로 그는 북유럽을 제시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북유럽은 평등사회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높은 경제력을 구가하고 있다”며 “북유럽 국가들은 시장불평등을 과세정책 등을 통해 시정했는데 그래서 권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다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서비스 기반 경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복지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국이고 수출지향적인 국가일수록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스티글리츠 교수의 조언이다. 소득불평등이 생길 여지가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이다.


그는 “열린사회일수록 본격적으로 복지국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모두를 위한 교육을 만든다”며 “평등과 혁신, 지식을 촉진하는 정책이야말로 한국이 동반성장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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