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국의 불평등 구조와 해법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긴다. ‘어떤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우진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BEYOND $30000-더 나은 미래, 불평등을 넘어’를 주제로 열린 제3회 경향포럼에서 “과거 외환위기 이후, 그리고 보수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시장 근본(만능)주의가 고착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패배감과 상실감이 만연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는 활기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득 상위계층의 노동자는 소득이 더 늘어난 반면 중·하위 계층의 소득은 줄어들어 격차가 심화됐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과 성장도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투기 등 축적된 자본으로 또다시 쉽게 자본을 축적해가는 사회구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불평등의 상당 요인이 근로소득보다는 부동산 소유 격차에 기인하는 만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지금보다 엄격히 적용해서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7년 국민 대차대조표(잠정)’를 보면, 지난해 국내 가구의 순 자산(자산-부채)은 3억8867만원이었으며 이 중 토지, 건물 등 비금융자산이 평균 75%에 달해 선진국보다 부동산에 대한 자산 쏠림이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교수는 한국의 근현대사는 소득과 부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나름 공평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방 이후 농지를 농민에게 분배한 토지개혁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배(지주) 계급의 몰락을 앞당겼고, 상대적으로 보편화된 교육을 통해 노동자와 관료 등 인적 자원의 질적인 면에서 정의로웠다”고 했다. 이 교수는 “노동자들의 근면함과 우수한 생산성을 토대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국가가 노동자들의 뛰어난 노동생산성을 임금 수준에 반영하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일각의 공격을 두고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경제에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최저임금보다 못한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계층 간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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