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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향포럼]노벨 경제학상 앵거스 디턴 “대기업 독점 깨고, 후발주자에 기회 줘야 일자리도 늘어나”
이름   경향포럼    |    작성일   2018-06-19 15:57:53    |    조회수   292

ㆍ‘3만달러 시대’ 한국의 대응
ㆍ지대추구 해결엔 좌파·우파 없어
ㆍ부자가 저소득층 착취 못하도록 정부의 강력한 반독점 규제 필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9일 열린 2018 경향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71)는 ‘3만달러 시대’에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정치·경제 엘리트의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공공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강력한 반독점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심판관으로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의 독점을 깨고 후발주자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만 산업 혁신과 일자리 확보라는 경제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턴 교수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 경향포럼에 참석해 ‘포용적 성장: 공정한 분배의 중요성’을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공공정책의 중요한 목표는 지대추구 행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디턴 교수는 부를 창출하는 주체를 ‘메이커(Maker)’와 ‘테이커(Taker)’로 구분한 뒤 메이커는 창의적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반면 테이커는 다른 사람이 획득한 부를 빼앗는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남의 것을 갈취하면 감옥에 가고 새로운 것을 만들면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한때 메이커였던 대기업 등이 테이커로 변모하는 행태를 경계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메이커는 부를 축적한 뒤 후발주자가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도록 정·관계에 로비한다. 대기업이 같은 분야의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등 몸집을 불리는 일도 많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건전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없다. 디턴 교수는 “첫 번째 라운드에 메이커로서 사회에 혜택을 줬다고 두 번째 라운드에 테이커로서 독점적 착취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전한 경쟁이 가능해야 젊은 세대의 일자리도 많이 생긴다. 일자리는 기존 대기업보다는 신생 기업이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국적을 모두 보유한 디턴 교수는 미국 사회에 대해 “테이커가 통제하는 사회”라고 규정한 뒤 “실패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해마다 다른 국가의 사망률은 2%씩 하락하는데 최근 미국의 백인 노동자 사망률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자살과 약물중독, 알코올성 질환의 폭증으로 유발된 사망률 증가 현상에 대해 “절망으로 인한 죽음”이라고 언급했다.


디턴 교수는 “정치·경제 엘리트가 서민을 경제적으로 갈취한 게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화나 기술혁신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이 떨어진 게 아니다”라면서 “독일이나 덴마크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미국에서처럼 불평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반경쟁적 정책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부가 재분배되면서 상위 계층에 경제적 혜택이 집중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디턴 교수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게 무위로 돌아간 이유도 지대추구 탓이다. 이 때문에 불평등이 커지고 성장률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대추구 문제 해결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자가 부자가 되는 게 문제가 아니고 부자가 저소득층을 착취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을 낭독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세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과 상인의 배만 불리고 이들의 독점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드라큘라 같은 세법이다. 입법을 통한 지대추구가 모두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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