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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향포럼]“기본소득제, GDP 15% 수준 지급하면 지속 가능”
이름   경향포럼    |    작성일   2018-06-07 18:06:00    |    조회수   228

ㆍ필립 반 파레이스 인터뷰

  


 
 


경향포럼 강연자로 한국을 찾을 예정인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복지체계 수정해 ‘재원 마련’
과도한 비과세 혜택 줄이고
조세 적법성·투명성 확보를


스위스 월 300만원 비현실적


최근 핀란드 실험 실패 논란?
기본소득 도입한 적이 없다

 

“기존 복지체계를 수정, 보완하면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하다. 또 과도한 비과세 혜택도 줄이고 조세 투명성을 높이는 게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중요하다.”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재산, 직업, 가계 상황 등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지급하자고 주창해온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67)는 오는 19일 경향포럼 강연에 앞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기본소득은 임금을 뺏어 나눠주는 게 아니라, 과거 기술진보, 자본축적으로 받은 큰 선물을 더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파레이스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논란이 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 대해 “핀란드는 기본소득을 도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반 파레이스는 “기본소득은 결국 모두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고 창의성을 높여 사회를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세계적 불평등 확대 속에 기본소득이 새로운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반 파레이스와의 일문일답.

 

- 모든 시민에게 돈을 나눠준다고?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사실 지급 수준(레벨)에 따라 다르다는 거다. ‘보편적인 기본소득’은 다른 소득과 결합되거나 의무가 없는 거다. 이런 비조건적인 기본소득은 이미 두 군데 존재한다. 하나는 미국 알래스카고, 다른 하나는 한국과 가까운 중국 마카오다. 그러나 둘 다 1인당 GDP의 2~3% 수준으로 매우 적다. 내가 레벨 문제라고 하는 이유다. 알래스카는 연간 2000달러(약 월 20만원)로 매우 적다.”


- 철학적 배경은 뭔가.


“내가 1980년대 처음 비조건부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방어하고 있었을 때 가장 강한 반대는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윤리적 반대였다. ‘아무것도 안 하는 이들에게 뭘 준다는 건 정의롭지 않다’고 얘기했다. 나는 소득이나 권력, 부, 행복의 공정한 분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주어진 ‘실질적 잠재력(실질적 자유)’을 분배하는 걸 정의(justice)라고 본다. 기본소득은 단지 소득, 구매력 분배뿐만 아니라 교섭력(bargaining power)을 나누는 거다. 약자들의 협상력을 높인다.”


-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왜곡돼 있어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가.


“일이 가장 재미없고 지루하고 위험하면 더 많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기본소득 제안이 나온 이유다. 기본소득이 충분히 높으면 화장실 청소부가 교수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것이다. 진짜 임금은 우리의 노동, 노력 덕분이 아니다. 한국이나 벨기에처럼 언제,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의 엄청난 기술적 진보와 자본축적, 사회 학습에 의해 혜택을 받는 곳에 사느냐에 달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100년 전보다 훨씬 많이 벌고, 인도 캘커타나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사람보다 많이 버는 이유다. 기본소득은 어떤 이의 열매를 뺏어 모두에게 주는 게 아니다. 과거로부터 받은 선물을 더 공정한 방법으로 나누는 거다.”


-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에 걱정이 많다.


“재원조달이 두 갈래로 가능하다. 하나는 기본소득보다 낮은 사회적 혜택을 하나하나 폐기해 나가면 된다. 고용보조금, 연금 등이 기본소득보다 낮으면 그것들은 폐기될 것이다. 다른 부분은 과세제도와 연관돼 있다. 낮은 부분까지 비과세를 없애면 된다. 이렇게 하면 기본소득을 감당할 수 있다.”


- 결국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조세저항이 크다.


“조세 적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스칸디나비아국가는 어떤 시민이든 웹에 들어가서 어느 시민의 과세 대상 소득이 얼마인지 물어볼 수 있다. 일례로 이웃이 1년에 2000달러를 버는데 차고에 값비싼 마세라티나 페라리가 있다면 뭔가를 감추는 거다. 다음으로, 과세 방식에 더 상상력이 요구된다. 전자결제에 과세하거나,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 기본소득 도입 땐 기존 현물 복지서비스는 축소가 불가피한가.


“아니다. 기본소득을 현물 복지서비스의 대체재로 제안하지 않았다. 마치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는 학교에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좋은 품질의 공교육과 건강보험, 공공서비스, 대중교통 등도 유지하는 걸 선호한다.”


- 기본소득 액수 논란도 있다. 스위스의 월 300만원 안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스위스의 경우 무책임하게 너무 높았다. 스위스 1인당 GDP가 높은데도 39%나 되는 수준은 지속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대신 1인당 GDP의 10%나 15%는 감당할 수 있고 지속가능하다.”


- 최근 핀란드 실험이 실패냐는 논란이 있다.


“핀란드는 기본소득을 도입한 적이 없다. 가난한 2000명을 대상자로 실험을 시작한 것뿐이다. 기본소득 실험이 중단됐다는 건 ‘가짜뉴스’다. 내년 중반까지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


- 기본소득으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왜곡된다는 주장도 있다.


“기본소득을 부자에게도 주는 건 부자에게 좋은 게 아니라 빈자에게 좋다.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소득자들은 자신의 기본소득을 스스로 부담해야 할 거다. 사회적으로 ‘순비용’은 부자에게 부담되지 빈자가 아니다.”

 

▶필립 반 파레이스는 누구 

 

기본소득 개념 주창자이자 핵심 이론가

 

필립 반 파레이스는 벨기에 브뤼셀 출신의 정치철학자로 기본소득 개념의 주창자이자 핵심 이론가다. 1986년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 창립자 중 한 명이다.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는 2004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로 발전했다. 그는 벨기에 왕립학술원 회원이자 유럽 과학예술아카데미 회원, 영국 국립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2001년 벨기에에서 학술상금이 가장 큰 프랑키상(Francqui Prize)을 받았다.  

 

현재 벨기에 루뱅대에서 경제학, 사회정치과학 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하버드대 객원교수를 비롯해 암스테르담대와 마르세유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유러피안대 등 유럽 전역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기본소득 제도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지식인 중 한 명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계속해서 성장하지 않고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요 저서로 <기본소득: 자유로운 사회와 건전한 경제를 위한 제안> <모두를 위한 실질적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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