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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향포럼]인터뷰 전문/필립 반 파레이스 “기존 복지를 조정하면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해”
이름   경향포럼    |    작성일   2018-06-08 17:27:12    |    조회수   335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불평등 문제 해법으로서 기본소득을 설명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높거나 낮은 기존 복지체계를 수정, 보완하면 기본소득이 실현 가능하다. 또 과도한 비과세 혜택도 줄이고 조세 투명성을 높이는 게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중요하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재산, 직업, 가정상황 등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지급하자고 주창해온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67)는 이달 19일 경향포럼 강연에 앞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유러피안대학교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반 페레이스 교수는 “기본소득은 어떤 이의 열매를 뺏어 나눠주는 게 아니라, 과거 기술진보, 자본축적으로 받은 큰 선물을 더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기본소득은 공공의료, 교육 같은 기존 복지서비스를 대체하자는 제안은 아니다”며 “현금을 주고는 기존 복지서비스를 다 돈주고 사서 이용하라는 얘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반 파레이스는 최근 세계적 관심과 논란이 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 대해 “핀란드는 기본소득을 도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기본소득의 지급수준도 중요한데, 스위스의 월 300만원대 실험은 너무 높아 비현실적이었다”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0~15% 정도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소득 지급은 사회적 약자에게 단지 구매력만 높여주는 차원을 넘어 ‘협상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게으르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모두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케 해 사회 창의성을 높여 발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불평등 확대 속에 기본소득이 새로운 대안이 될 지 주목된다. 아래는 반 파레이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기본소득 주창자로 알려진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 모든 시민에게 돈을 나눠준다고?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사실 지급 수준(레벨)에 따라 다르다는 거다. 어떤 의미에선 현실이고 준비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기본소득’의 정의는 가계상황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들에게 지급하는 거다. 보편적이란 의미는 다른 소득과 결합되거나 의무는 없는 거다. 노동시장 참여여부에도 상관없다.


이런 비조건적인 기본소득은 이미 두 군데 존재한다. 하나는 미국 알래스카고, 다른 하나는 한국과 가까운 중국 마카오다. 그러나 둘다 1인당 GDP의 2~3% 수준으로 매우 작다. 내가 레벨 문제라고 하는 이유다. 알래스카는 1982년 원유를 토대로 한 알래스카퍼머넌트펀드의 수익금 일부를 모든 주민에게 비조건부로 나눠준다. 그러나 연간 2000달러(약 월 20만원)으로 매우 적다. 마카오도 카지노 소득에서 주민에게 나눠준다. 이들은 너무 낮은 수준이어서 어떤 의미에선 현실적인데, 1인당 GDP의 15~20%는 이상적이다. 아직 어디서 현실화된 건 아니지만 실행 가능하다.”


- 철학적 배경은 무엇인가.


“내가 1980년대 처음 비조건부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방어하고 있었을 때 가장 강한 반대는 경제나 행정적 차원 반대가 아니었다. 윤리적, 철학적 반대였다. 아무것도 안 하는 이들에게 뭘 준다는 건 정의롭지 않다고 얘기했다. 나는 2년 전 한국에도 번역된 책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후마니타스)에서 기본소득의 철학적 정당성을 설명했다.


나는 소득이나 권력, 부, 행복의 공정한 분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주어진 ‘실질적 가능성(실질적 자유)’을 분배하는 걸 정의(justice)라고 했다. 형식적 자유는 ‘뭔가를 할 수 있는 권리’인 데 비해 실질적 자유는 ‘뭔가를 할 수 있는 진정한 잠재력’이다. 가장 적게 가진 사람에게 가능한 한 최대로 실질적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인간으로 살면서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단지 소득, 구매력 분배만 아니라 교섭력(bargaining power) 분배다. 약자들의 협상력을 높인다. 다른 사람보다 자유가 적은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최대한 자유를 주는 거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 노동의 대가가 소득이라고들 한다.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왜곡돼 있어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가.


“현재는 일자리가 얼마나 흥미로운지와 어떤 보상(임금)을 하는지 사이에 긍정적 연관성이 있다. 이게 공정하다고 하겠지만 반대가 돼야 한다. 일이 가장 재미없고 지루하고 위험하면 더 많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왜 기본소득 제안이 나왔는지 이유다. 나는 간혹 기본소득이 충분히 높으면 화장실 청소부가 교수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게 공정하다고 본다. 노동에 대한 공정한 대가는 일이 얼마나 흥미롭지 않은지를 반영해야 한다.”


- 그런 점에서 금융권 등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건가


“물론이다. 위험을 무릅쓰는 데 더 많은 보상이 필요하다. 위험한 투자를 하거나 기술이나 교육,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교섭력이 높다. 기본소득은 적은 교섭력을 가진 이를 구제해준다.”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 이호준 기자
 

- 특히 인공지능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의 가치 평가 문제와 연결돼 있는 같은데. 


“이게 칼 마르크스나 데이비드 리카도의 노동가치이론과 연결된 건지도 모르겠다. 노동의 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규범적인 해석과 분석적인 해석이 있다.


하나는 임금 배분을 투입된 노동의 양에 따라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 생산물이 노동시간, 강도 등 기여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는 거다. 다른 하나는 가격이다. 그러나 둘 다 심각한 오류가 있다.


진짜 임금은 우리의 노동, 노력 덕분이 아니다. 한국이나 벨기에처럼 언제,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의 엄청난 기술적 진보와 자본축적, 사회의 학습에 의해 혜택을 받는 곳에 사느냐에 달렸다.


이것이 바로 왜 우리가 100년 전보다 훨씬 많이 벌고, 인도 캘커타나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사람보다 많이 버는 이유다. 우리가 훨씬 더 열심히 일하거나,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단지 이러한 ‘렌트(rent)’로부터 혜택을 받아서다.


어떤 방식으로 소득을 나눠서 ‘모두를 위한 실질적 자유’를 극대화시키고 사회를 정의롭게 하기 위해서 기본소득에 대한 정당성 부여가 중요하다. 기본소득은 건 어떤 이의 열매를 뺏어 모두에게 주는 게 아니다. 우리 소득에 들어있는, 과거로부터 받은 걸 더 공정한 방법으로 나누는 거다. 이게 바로 노동가치 평가에 대한 규범적, 도덕적 해석이다.


다음 분석적 해석의 경우, 가격이란 건 투입노동의 양만 아니라, 늘어나는 자연자원의 비용에 영향을 받는다. 또 4찬 산업혁명과 계속되는 혁신에도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은 들어간 노동보다 훨씬 높다. 독점자본의 지대가 혁신가에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사람들은 많은 돈을 쓰는데 이는 들어간 노동 양이랑 관련 없다. 이전에 노동가치 평가는 임금이 어떻게 배분돼야 하는지, 어떻게 가격이 정해지는지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


-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에 걱정이 많다. 계속 재정으로 채워넣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텐데 선순환이 가능한가.


“재원조달이 두 갈래로 가능하다. 하나는 기본소득보다 낮은 사회적 혜택을 하나하나 폐기해나가면 된다. 고용보조금, 연금 등이 기본소득보다 낮으면 그것들은 폐기될 것이다. 거꾸로 더 높은 혜택이 있다면 기본소득 만큼까지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일을 하고 장애혜택이 월 800유로인데, 기본소득이 500유로라고 치자. 그는 500유로만 받을 수도 있다. 어떤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서 재원을 절약하게 된다.


또 다른 부분은 개인소득 재조정, 즉 과세제도와 연관돼 있다. 한국에도 개인소득세가 있을 거다. 벨기에는 어떤 수준 이하 소득에는 면세가 된다. 누군가 매달 1만유로를 번다고 치자. 이 중 5000유로는 비과세다. 1500유로를 번다고 하면 500유로만 과세 대상이 되는 식이다. 낮은 부분까지 비과세하는 것부터 없애면 된다. 처음 단계부터 30~40% 정도 과세할 수 있다. 낮은 임금 받는 이는 기본소득 덕분에 세금보다 더 보상받게 된다. 이처럼 두 가지로 재원을 마련하면 기본소득을 감당할 수 있다. 다만 기본소득을 어느 수준으로 주느냐에 달려 있긴 하다.”


- 결국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조세저항이 크다. 한국에선 세금 많이 내도 혜택을 돌려받을지 걱정이 많다.


“한국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은 세금을 더 내긴 싫어한다. 얻는 것보다 더 돈을 쓴다고 생각한다. 조세저항을 줄이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과세에 적법성을 높이는 거다. 사람들이 더 적법하다고 인식하게 하는 거다. 소득세가 대부분 제대로 지불돼야 한다. 또한 앞서 얘기했듯 소득이 노력만으로 지불되는 게 아니라 ‘과거로부터 주어진 큰 선물’이란 걸 알아야 한다. 세금이란 게 현재 받은 걸, 사실 자격도 없는 걸 조금 떼어내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하면 된다.


노벨경제학상(1978년)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내 미국인 친구들 임금은 얼마나 노력에서 왔는지 묻는다면 10%는 매우 너그러운 거다. 90% 이상이 어디에 사느냐에서 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크버그도 하버드대 연설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크버그 같은 이는 매우 운이 좋아서 갑부가 됐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열심히 일해서가 아니다. 사람들의 소득은 대다수가 자기 것이 아니다. 올바른 학교를 갔거나 적절한 재능을 가졌거나 인간관계를 가졌거나, 우연히 적정한 시간에 운좋게 조언자나 사장을 만나 일자리를 얻은 거다. 기본소득은 이런 큰 선물을 더 공정한 방법으로 나누는 거다.


두번째 방법은 과세 규칙을 이행하는 것이다. 더 큰 조세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소득을 더 투명하게 하기 위해 세계적 협조가 필요하다. 어떻게 소득이 생겼는지 모두 알아야 한다. 나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는 걸 선호한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경을 넘어 당국 간에 소득 정보도 알아야 한다.


또한 나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국가 시스템을 좋아한다. 어떤 시민이든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느 시민의 과세 대상 소득이 얼마인지 물어볼 수 있다. 관공서에 가서 자기 신분을 알려주면 된다. 일례로 이웃이 1년에 월 2000달러를 버는데 차고에 값비싼 마세라티나 페라리가 있다면 뭔가를 감추는 거다. 그 결과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세금을 잘 낸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통제되기 때문에 조세에 확신을 갖는다. 나보다 더 버는데 세금을 적게 내거나 자신이 세금을 많이 낸다고 하면 분개한다.


다음으로, 과세 방식에 더 상상력이 요구된다.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도입 국민투표 운동을 할 즈음에 모든 전자결제에 과세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에서 1년에 전자결제되는 금액은 GDP의 수천배가 될 거다. 전자결제가 늘어나 조금만 과세를 시작해도 조세 규모는 커진다.


또한 ‘현금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일단 이걸 하면 모든 결제에 추적, 확인이 가능하다. 더 나은 통제를 하게 된다. 투명해질 수 있도록 국제적 협업과 정보교환이 강화돼야 한다. 모든 ‘세금낙원(조세피난처)’은 추적되고 노출돼야 하고, 모든 사람의 소득을 알 수 있도록 공개돼야 한다.


스칸디나비아 모델처럼 모든 사람 소득을 알고, 심지어 최악의 사기꾼까지 더 잘 통제할 수 있으면 사람들이 과세에 분개하지 않는다. 아니면 누가 정당하게 세금을 내겠냐. 또 공적 모금이나 공공지출에 부패가 없도록 엄격한 관리도 필요하다.”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불평등 문제 해법으로서 기본소득을 설명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기존 현물 복지서비스는 축소가 불가피한가. 현금을 주는 게 현물서비스와 비교해 더 효율적, 효과적이라 할 수 있나.


“아니다. 기본소득을 현물 복지서비스의 대체재로 제안하지 않았다. 좋은 품질의 공교육과 건강보험, 공공서비스, 공공대중교통 등도 유지하는 걸 선호한다. 사람들에게 현금(기본소득)을 주고는 이런 서비스를 다 돈주고 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마치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는 학교에 가고 싶으면 가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현금 대신 현물 서비스를 해야 할 이유들이 있다.


- 기본소득 액수 논란도 있다. 스위스의 월 300만원 안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스위스 경우 무책임하게 너무 높았다. 제네바와 취리히에서 논쟁에 참석해 얘기한 적 있다. 내가 스위스 시민이었더라도 기본소득에 ‘예스’라고 했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만약 기본소득을 책임지는 총리였다면 바로 사임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스위스 1인당 GDP가 높은데도 39%나 되는 수준은 정신나간 거다. 비용이 많이 들어 애초 지속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 얼마가 적정한가. 사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는 목표로서 1인당 GDP의 25% 정도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공식적인 개인 빈곤선 살짝 위에 해당한다. 한번에 그 목표까지 뛰어오르진 어려울 거다. 훨씬 더 적정한 레벨에서 도입해야 한다. 그동안 기본소득 대변자를 포함한 이들까지 오해한 점이 있다. 더 낮은 레벨의 기본소득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 낮은 단계라는 건 어느 정도인가.


“1인당 GDP의 10%나 15%에 해당한다.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고 지속가능하다. 현재 벨기에에서 논의되는 중요한 제안은 월 600유로 기본소득을 완전 비조건부로 주는 거다. 지난해 벨기에 복지부와 녹색당 쪽에 관련된 인사가 제안했다. 이는 현재 벨기에 사람이 받는 ‘조건부 최저소득’보다 낮다. 독신이라면 850유로를 받는다. 부부라면 550유로를 넘지 않아 총 1100유로 받는다.


반면 기본소득은 엄격히 개인별이고 비조건부로 보편적인 거다. 다른 소득이 있어도 묶어서 함께 받을 수도 있다.”


- 최근 핀란드가 국가 단위에서 처음 시도했고 더 이상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실패냐는 논란이 있다.


“핀란드는 기본소득을 도입한 적이 없다. 국가 단위 실험이 아니다. 예산배정이 안된다는 것도 틀렸다. 가난한 2000명을 대상자로 실험을 시작한 것뿐이다. ‘자산조사’를 하는 조건부로, 다른 소득이 있어서도 안된다.


핀란드 실험은 세 가지 차원에서 기본소득과 다르다. 첫째, 엄격히 개인이 아니라 가족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 보편적이지 않다. 가난한 사람에게만 주고 소득을 계산해 선택한다. 소득 있으면 혜택이 줄어든다. 핀란드에서 최저소득이 월 570유로인데 일해서 200유로가 생기면 370유로만 받게 된다. 셋째, 노동 여부를 조사한다. 일할 수 있으면 안 준다. 거꾸로 유럽연합(EU) 국가의 최저소득은 대개 이런 세 가지 조건이 붙는다. 기본소득이 아니다.


핀란드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교육·훈련을 받을지 어떨지 보자는 것이다. 같은 상황인 15만명 중에 2000명을 무작위로 골라서 조건부로 570유로를 받을지, 다른 행동을 할지 2년 간 비교해보려는 실험이다. 실험이 중단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아니다. 파리 등 곳곳 언론에서 질문을 받았는데 ‘가짜뉴스’다. 내년 중반까지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  

 

 

필립 반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 이호준 기자

 

- 기본소득에 계층별 차이를 두지 않는 이유와 타당성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왜곡된다는 주장도 있다. 


“기본소득을 부자에게도 주는 건 부자에 좋은 게 아니라 빈자에게 좋다. 이를 이해해야 한다(이는 한국의 무상급식 논란 때 부자집 아들에게도 같이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논쟁이 일어난 것과 닮았다). 분명하게 부자는 기본소득 받는 결과로 더 부유해지지는 않을 거기 때문이다. 벨기에에 월 600유로를 받으면 나도 이 돈으로 뭘할까, 내 행동에 변화가 올까 생각해봤다.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소득자들은 자신의 기본소득을 스스로 부담해야 할 거다. 사회적으로 ‘순비용’은 부자에게서 부담되지 빈자가 아니다.


이는 어떻게 받을지 알리고, 가서 나는 빈자라는 걸 알리기 때문에 현재 사회복지망은 굴욕적이다. 많은 사람은 그런 이유에서 사회복지를 받길 꺼린다. 프랑스에서 최저소득을 받을 자격자의 50% 미만만 수령한다. ‘낙인(스티그마)’ 때문이다. 반면 기본소득은 낙인 찍는 게 없다. 게다가 파트타임 등 다른 소득과도 결합될 수 있어서 더 쉽다.


현행 사회안전망은 가끔 망 사이로 사람들이 떨어진다. 문제는 안전망에서 서기 어렵다는 거다. 많은 이들이 망에 걸려서 묶여버린다. 기본소득은 단단한 바닥(플로어)이어서 설 수 있다. 부인이나 남편한테서도 분리되고, 일자리를 가졌으면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 전국민 기본소득이 아니라 계층, 연령별 등 부분적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 있지 않나.


“아까 말했지만 기본소득은 구매력만이 아니라 또한 교섭력에 관한 거다. 얽매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순소득이 늘어날 것이다. 교섭력 또한 증대할 거다. 일하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줄이거나, 잠시 쉴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더 적게, 노년층에게는 더 많은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도 있다.”


- '세금을 더 걷어서 복지, 분배에 쓰는 모델'과 '감세로 경제성장을 통한 이익 배분 모델' 중 어느 것이 더 불평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것이 될까.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라면 전자다. 최악의 상황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라면 경제적 효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늘 불충분하다.”


- 계층이동 사다리가 갖춰진 사회가 더 건강하고, 더 창의적이며 발전적일까. 아니면 상위 1%, 10%는 유지되고, 나머지만 평등해도 좋은가.


“사회이동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모두의 재능을 발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모든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사회를 더 창의적으로 만든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처럼 어릴 때 천부적 재능을 가진 수많은 아이들이 번창할 기회를 잃는 건 안 좋다. 가난한 조건이든, 영양 문제든, 건강이든, 교육이든 ‘모차르트 죽이기’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저크버그 말처럼 모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시도해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게을러지게 하지 않는다. 현재 복지시스템은 사람들을 의존하는 처지에 가두지만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성공하게끔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생애를 통해 교육부터 고용까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일하는 시간도 더 쉽게 조절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를 더 창의적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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